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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September 2, 2020

샐러드·디저트 딱이네 - 캐나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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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도복숭아



  • 캐나다 한국일보 (public@koreatimes.net) --
  • 30 Aug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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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도복숭아는 초생달 모양으로 깍둑 썰어 샐러드로 활용 가능하다.

맛의 편차가 적은 천도복숭아

이런 날씨에 복숭아가 맛있으리라고 믿은 내가 잘못인 걸까. 광복절 연휴 동안 먹으려던 과일의 절반이 먹을 수 없는 것으로 판명나면서 나는 이성을 약간 잃은 동시에 천도복숭아의 소중함을 곱씹었다.

천도복숭아는 거슬리는 솜털도 없이 껍질은 매끈하면서도 굳이 벗겨낼 필요가 없을 만큼만 적당히 질기다. 빛나는 노란색의 과육은 복숭아만큼 조심스레 다루지 않아도 될 만큼 힘을 갖췄다. 그리고 무엇보다 요즘 과일에서 찾기 힘든 신맛이 살아 있다. 싸나 비싸나 맛의 편차가 엄청나게 크지 않기도 하다.

너무 맛있는 나머지 그리스 신화에서 신들이 마셨다는 음료(혹은 술) 넥타르(nectar)와 같다(ine)고 해서 천도복숭아는 영어로 ‘넥타린(nectarine)’이다. 그런데 왜 보통 복숭아보다 못한 과일 취급을 받는 걸까.

이처럼 맛없는 복숭아에 한 번, 천도복숭아를 천대하는 현실에 또 한 번 분노를 느껴 나는 천도복숭아를 충동구매하고야 말았다. 아니나 다를까, 집에 가져와 보니 개당 두세 군데씩 멍이 들어 있었다.

싼 게 다 이유가 있지. 조금이라도 오래 두고 먹고자 천도복숭아를 뜨거운 수돗물에 담갔다가 씻으며 나는 후회했다. 충동구매 따위 하는 게 아니었는데. 그것도 물건이 어떤지 뻔히 아는 가게에서.

그나마 천도복숭아는 가능성이 이모저모 많은 과일이라 다행이다. 그저 물에 씻어 생으로 먹기 외에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요령이 여러 갈래다. 다만 요즘 과일 대부분이 그렇듯 '후숙'을 시켜야 한다. 유통 도중 손상을 막고자 과일을 익기 전에 따서 유통시키는 경향이 있는데 천도복숭아도 자유롭지 않다. 천도복숭아의 과육은 단단한 편이지만 베어 물었을 때 이에 저항이 없을 정도의 부드러움은 갖춰야 먹기에도 편하고 맛도 좋다. 하지만 그 정도로 익힌 걸 파는 경우가 드무니 사온 천도복숭아는 종이봉투나 신문지 등에 함께 담거나 싸서 둔다. 과일에서 배출되는 에틸렌이 후숙을 촉진시켜 이틀이나 사흘이 지나면 부드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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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도복숭아를 구워 아이스크림이나 치즈와 곁들이면 디저트로 손색없다.

천도복숭아 활용법

생으로 먹기 외에도 맛있는 요령이 여러 갈래라 했다. 난이도 순으로 천도복숭아 요리의 세계를 살펴보자. 일단 초보에게는 프로슈토나 하몽 등 햄을 포함한 가공육과의 짝짓기를 권한다.

소금도 불도, 심지어 칼도 필요 없어 쉽고도 간단하다. 이들 가공육류에는 멜론이 좋은 짝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특유의 신맛이 균형을 잘 잡아줘 천도복숭아만이 줄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그저 천도복숭아를 잘 씻어서 햄과 한 입씩 번갈아 먹으면 그만이다. 이게 너무 쉬워서 칼이라도 쓰고 싶다면 다음 단계로는 샐러드가 있다. 천도복숭아는 과일이지만 채소의 한 종류라고 생각하고 다뤄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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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도복숭아는 생으로 먹어도 좋지만 구워서 빵 재료로 사용해도 한층 풍부한 맛을 낸다. 

아래에 소개한 갈레트 레시피의 손질법을 참고해 반으로 가른 뒤 초생달 모양으로 혹은 깍둑 썰어 오이, 양파 등 좋아하는 채소와 함께 비네그레트 같은 드레싱으로 버무려 먹는다. 페타, 블루치즈, 염소젖 치즈 등 부드러운 치즈와 잘 어울리니 샐러드에 더하면 ‘단짠’의 즐거움도 맛볼 수 있다.

같은 난이도에서 천도복숭아로 디저트를 만들고 싶다면 스파클링 와인 절임을 고려해 보자. 샴페인은 대체로 가격대가 높게 형성돼 있으니 프로세코(프랑스)나 카바(스페인) 같은 스파클링 와인이 좋다.

이들 스파클링 와인은 대체로 단맛은 아주 적고 신맛이 제법 두드러지니 설탕을 넉넉히 써야 균형이 맞는다. 천도복숭아 500g에 스파클링 와인 200㎖, 설탕 50g 수준의 비율을 기본으로 정하고 과일의 신맛에 따라 설탕의 양을 조절한다.

적당한 크기의 볼에 셋을 담고 잘 섞은 뒤 플라스틱 랩을 씌워 냉장고에 1~8시간 두었다가 먹는다. 물론 수박이나 멜론 등 다른 여름 과일을 손에 잡히는 대로 함께 초대하면 맛의 잔치가 한층 더 풍성해진다.

 

칼 다음에는 불이 기다리고 있다. 특유의 과육과 껍질 덕분에 천도복숭아만큼 구워 먹기 좋은 과일도 없다. 전자레인지에 30초쯤 돌려 완전히 녹인 버터를 반 잘라 씨를 들어낸 천도복숭아에 바른다.

중불에 충분히 뜨겁게 달군 팬에 갈라 버터를 바른 면이 아래로 오도록 천도복숭아를 올려 5분 정도 충분히 구운 뒤 뒤집는다. 팬에 은박지를 덮고 약불로 줄여 과도의 끝이 저항 없이 들어갈 때까지 부드럽게 마저 익힌다.

익힌 뒤에는 껍질이 질기다고 느낄 수 있으므로 적당히 식힌 뒤 취향 따라 벗겨도 좋다. 이렇게 구운 천도복숭아는 앞서 소개한 대로 샐러드를 만들어 먹어도 좋고, (바닐라) 아이스크림이나 마스카르포네 치즈 등을 곁들이면 꽤 그럴싸한 디저트로 업그레이드 된다.

마지막 단계로는 제과 레시피를 소개한다. 틀이 필요 없이 편하게 모양을 잡아 구울 수 있어, 갈레트는 천도복숭아로 구워 먹기에 좋은 타르트 혹은 파이의 일종이다.

버터를 다루는 껍데기(크러스트)가 부담스럽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특별한 도구 없이 맨손으로도 금방 만들 수 있다. 구운 천도복숭아와 마찬가지로 아이스크림이나 마스카르포네는 물론, 생크림이나 그릭 요거트 등을 얹어 먹으면 한층 더 맛있다.

이용재의 세심한 맛

음식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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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30, 2020 at 02:0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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