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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정역 '그리운 금강산' 호프 외관. 22년 전 오픈 때와 크게 달라진 게 없는 복고 분위기.
올해 50대가 된 아재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남자다. 건강을 위해 피트니스 클럽도 열심히 가고, 하루에 1만보 이상을 걷지만 별로 날씬하진 않다. 먹는 걸 워낙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런 아재의 최애 맛집은 가성비 좋은 노포다. “가격은 저렴한데 오랫동안 한 자리를 지킬 정도면 믿고 먹을 만한 맛집이 아닌가”라는 게 아재의 주장이다. 그래서 매주 목요일 아재와 점심을 같이 먹기로 했다. 아재의 식당을 과연 요즘 젊은층도 좋아할까. 그래서 25살의 뽀시래기 한 명이 아재의 식당에 동행하기로 했다.
합정역 ‘그리운 금강산’ 호프
추억의 안주와 노래를 맛볼 수 있는 곳
외관과 실내 풍경도 20년 전에 멈춘 집
푸짐한 인심과 소박한 멋으로 인기
오늘 찾아간 집은 합정역 근처에 있는 ‘그리운 금강산’ 호프로 1998년도부터 지금까지 22년 간 한 자리를 지킨 곳이다. 가게 외관부터 실내까지, 시간이 20년 전에 멈춰버린 듯 한 풍경이 뽀시래기 눈에는 신기하기만 하다.
합정역 '그리운 금강산' 호프의 안주 메뉴판.
아재가 이집을 좋아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아재가 80~90년대 대학시절 주식처럼 먹었던 ‘쏘야’ ‘멕시칸 샐러드’ 등 추억의 안주가 있기 때문이다. ‘쏘야’는 줄줄이 비엔나소시지와 다양한 채소를 볶아 만든 ‘쏘세지 야채 볶음’의 준말. 알고 보면 20년 전에도 ‘별다줄(별 걸 다 줄인다는 밀레니얼 세대의 용어)’이 유행했다.
아재가 합정역 '그리운 금강산' 호프를 찾는 이유 첫째는 대학시절 즐겼던 추억의 안주 '쏘야(쏘세지 야채 볶음)'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합정역 '그리운 금강산' 호프의 또 다른 인기 메뉴 '멕시칸 샐러드'. 멕시코에는 없는 음식이다.
멕시코에는 없는 ‘멕시칸 샐러드’ 역시 추억의 별미. 뽀시래기의 기억 속에서 엄마가 만들어주셨던 '사라다'와 비슷하다. 서양음식인 샐러드가 일본으로 넘어오면서 일본식 발음인 '사라다'가 됐고, 그 형태도 감자와 과일을 깍두기처럼 썰어 마요네즈와 달걀 노른자로 버무려먹는 모습으로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대학가 호프집으로 퍼지면서 햄과 양파, 양배추를 첨가해 얇게 채썬 형태로 또 한 번 변신한 게 멕시칸 샐러드다.
합정역 '그리운 금강산' 호프의 서비스 안주. 강냉이, 마른 멸치, 땅콩, 조미 김 4종 세트가 공짜.
합정역 '그리운 금강산' 호프의 입가심 서비스 안주. 사람 수만큼 조각을 내주는 이 인심 좋은 과일 안주도 공짜.
둘째, 절대적 가성비가 정말 좋다. 오징어&땅콩 9000원, 새우튀김 1만1000원, 돈까스 1만1000원, 맥주 500㏄ 2500원. 여기에 서비스 안주가 빵빵하다. 차리에 착석해 주문만 하면 사장님이 땅콩, 뻥튀기, 멸치, 그리고 납작한 비닐봉지에 담긴 조미 김 4종 세트가 담긴 접시를 갖다 주신다. 여느 맥줏집 같으면 6000원 정도는 충분히 받을 만한 ‘마른안주’가 여기선 공짜. 술을 다 마시고 파장할 때쯤이면 사람 수만큼 조각낸 수박·참외·복숭아 과일 안주가 나온다. 이것 역시 입가심용 서비스!
합정역 '그리운 금강산' 호프에선 옛날 노래들을 들을 수 있다. 아재가 90년대에 특히 좋아했다는 가수 최민수. 사진 KBS '어게인 가요톱10' 영상 캡처
셋째, 그 시절을 소환하는 추억의 노래들을 들을 수 있다. 영화 ‘첨밀밀’의 주제가부터, 그 세대들조차 잘 몰랐던 90년대 가수 최민수의 노래까지. 뽀시래기가 보고 “완전 요즘 얼굴과 스타일”이라고 말한 최민수와 그의 노래 ‘의미 없는 시간’은 영상에서 확인해보시길.
「
가성비 높은 노포를 좋아하는 평범한 50대 아재와 전통의 옛날 맛집은 잘 모르는 25살 젊은이가 함께하는 세대공감 맛집 투어 콘텐트입니다. 두 사람이 매주 찾아가는 식당은 아재의 개인적인 선택이며, 해당 식당에는 방문 사실을 알리지 않고 평범한 손님으로 찾아가 취재하고 있습니다. 주변에 가성비 높은 맛집이 있다면 추천바랍니다.
」
글=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영상 촬영·편집 전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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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05, 2020 at 08: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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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의 식당] 멕시칸 샐러드, 쏘야를 기억하시나요?…20년 전 호프집 풍경 그대로 - 중앙일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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